조급함을 느끼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30)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맹타를 휘둘렀다. 홈런을 펑펑 내려내지는 못하지만, 정교한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을 자랑하며 삼성 타선을 이끌었다. 리더십까지 갖춘 맥키넌은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섬성 더그아웃에서 조력자 역할도 해왔다. 그야말로 맥키넌은 삼성에 '복덩이'였다.
그런데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여전히 3할 타율도 붕괴됐다. 10일 기준 맥키넌은 59경기에서 4홈런 25타점 26득점 타율 0.294(231타수 68안타) 출루율 0.383 장타율 0.385 OPS(출루율+장타율) 0.768을 기록 중이다. 맥키넌은 KBO리그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들과 비교했을 때도 더 나은 성적은 없다. 타율 8위에 머물고 있고, 홈런은 꼴찌다. OPS 역시 최하위다. 타점도 가장 적고,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역시 1.11로 9위다.
시즌 개막 직후에는 펄펄 날았던 맥키넌이다. 그러나 날이 점점 더워질수록 맥키넌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맥키넌은 3월 타율 0.324(34타수 11안타 1홈런)을 기록했고, 4월에는 타율 0.391(69타수 27안타 2홈런)로 펄펄 날았다. 하지만 5월 성적은 타율 0.272(92타수 25안타)로 떨어졌고, 6월에는 0.139(36타수 5안타)로 바닥을 쳤다. 잘 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막히는 불운도 맥키넌을 괴롭혔다.
박진만 감독도 맥키넌의 경기력을 되살리기 위해 타순을 조정하는 등 배려했지만, 맥키넌의 방망이는 여전히 차가운 상태다. 맥키넌을 중심 타순이 아닌 상위 타순에 투입하기도 했다. 부담감을 덜어내고 자신의 장점인 선구안을 바탕으로 출루에 집중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맥키넌은 이전과 달리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도 배트를 내고 있다.
스스로도 답답할 수밖에 없는 경기력이다. 박진만 감독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맥키넌이 조급하다.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느낄 정도다. 시즌 초반에는 볼이면 잘 출루해주고 스트라이크존에 형성되는 공은 쳐서 안타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그런 모습이 잘 안 나오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박진만 감독은 "맥키넌이 지금은 나쁜 공에도 손이 나간다. 타순을 조정해서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부진에 대해서 맥키넌과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다. 본인도 알고 있다. 그래도 조급한 것 같다. 타석에 들어서면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외국인 타자다보니까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며 맥키넌의 현재 심리 상태를 대신 전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중심 타선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는다. 맥키넌도 시즌 초반에는 그런 역할을 해왔다. 맥키넌이 자신에게 찾아온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